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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애 쓸 필요가 없다. 놔두어라, 신이 알아서 하도록.

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영전을 많이 좋아했다. 거의 열정? 비슷한 느낌으로 아침에 일어나면 게임할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그 말은 그 때가 게임을 하는 게 맞는 시기라는 신호다. 

 

딜량 같은 건 높으면 좋지만 낮아도 아무래도 좋다. 그런 건 그냥 찍히는 숫자일 뿐인걸. 공속이 높고 질주가 터져 잘 안맞고 레이드를 끝내는 게, 그게 기분이 좋은 것이다. 3타 스매시 돌릴 때 헤기가 팔을 양쪽으로 벌리며 대거가 쫙 나가는 거 정말 쫄깃하다고 해야할까.. 그 느낌 너무 좋았다. 유럽에선 파홀른 10명 다해서 그런지 더 좋았던 것 같다. 한국 와서 처음에 그 깔끔한 느낌이 안나서 인터넷이 안좋은 건가 싶었는데 그냥 관통력 차이였던 것 같다. 그리고 예쁜 아바타를 사줘서 그걸 입고 귀여운 헤기가 움직이는 걸 보는 게 또 좋은 것이다. 

 

8월 말 즈음부터 재미있기 보다는 숙제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무시했다. 재밌었으니까 앞으로도 이렇게 재밌을 거라고 습관적으로 게임을 했다. 

 

내 마음의 신호를 무시하면 무기력해진다. 나쁜 일도 일어나나보다. 

 

지금 아침에 일어나면 감정이 0이다. 플러스도 마이너스도 아니고,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 떠오르지 않는다. 레이드가 재미있겠다는 생각은 더더욱 안난다. 9월 중간부터 헤기를 봐도 딱히 기분이 좋아지지 않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 전에는 눈썹 모양이나 가만히 서서 한손으로 대거를 돌리고 있는 모션 같은 걸 보기만 해도 좋았는데, 언제부턴가 아무 생각도 안든다. 내 습관을 제외한 모든 것들이 지금은 게임을 할 시기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게임하면서 재밌게 놀았던 사람의 태도가 변했다. 괜찮다고 생각했던 사람, 알고보니 도덕성이 없고 이중적인 인성을 가지고 있었다. == 다른 사람이 되었다. 표면적으로는 그렇지만, 어찌보면 그러한 경험을 내게 제공하던 매개체가 사라졌다, 는 게 더 맞지 않을까? 없어질 때가 되었기 때문에.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도 지금은 시기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것을 내 에고는 '나쁜 일이 일어났다'고 받아들이고 있지만. 정말 그게 나쁜 일일까? 일어나는 모든 일 중에 나쁜 것이 있을까? 

 

음악이 너무 좋다. 

새로운 아티스트를 찾았다. 저걸 오토메이션이라 했던가, 배경에 깔린 목소리를 계단식으로 변형해놓은 게 너무 듣기가 좋다. 곡 세 개 정도 쭉 듣는데 다 좋은 걸 보니 앞으로도 많이 들을 것 같다. 

www.youtube.com/watch?v=1tmE3_MUSmg

www.youtube.com/watch?v=m6RKXKzV8po

놔두어라, 신이 알아서 하도록.

 

어제 이 구절을 읽었다. 그래, 사실은 나는 아무것에도 애를 쓸 필요가 없다. 나무가 자라듯이 삶이 이루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태도로 살고 싶다.  

 

내가 늘 따르려던 말이었는데, 언제부터 잊고 있었지? 언제부터 모든 것이 완벽하고 또 완벽하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자연스러운 감각을 잃어버렸지? 잊어버린지 얼마 되지 않았다. 8월 초까지만해도 느끼고 있었다. 잠시 불안했다가 다시 회복한 것을 기억하니까.  

 

엄마의 날카로운 말투가 거슬린다. 이불 뭐 사줄까 물어보면서 말이 너무 빠르다. 이제 전화하기 싫다. 왜 그렇게 날카로운 말투로 이야기할까, 소리에는 에너지가 있는데 그게 삐죽삐죽 날이 서는 것을 본인은 못느끼는 걸까? 이유는 대충 짐작이 간다. 엄마는 본인이 일처리가 똑부러지고 빠른 것에 대해 자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걸 본인 입으로 기억이 안날만큼 자주 말했다. 그래,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런 일처리를 할 때마다 딱딱하고 날카로운 말투로 변할 때가 많다. '일처리 모드'로 진입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저에 나는 일을 해결하는 사람이니 말투 따위 어때도 신경쓰지 말아라, 라는 메세지가 무의식적으로 깔려있는 걸 느낀다. 바보 같네. 

 

이 순간에도 나는 일어난 일에서 부정적인 포인트를 굳이 인식하고 있다. 

 

지금, 여기서,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마음 속에 이정표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건 떠오르던 신호를 내가 오랜 시간 무시했기 때문에 일어난 부작용 같은 것이다. 이런 적이 꽤 있었으니까. 

 

조금 기분 좋았던 건 뭐가 있지. 쉐어하우스에 살 때 별이라는 개가 있었다. 짖어서 시끄럽고 싫어했었는데 떠나는 날에 내가 박스 옮기는 걸 보고 어떻게 알았는지 방앞에까지 들어와서 낑낑대는 게 똑똑하네, 싶었다. 잘 살렴. 그게 생각나서 개를 키워볼까도 싶지만 똥 치울 엄두가 안난다. 햄스터나 고슴도치를 키워봤지만 이것들은 작고 반응 없어서 노잼이다. 

 

입국해서 2달간 혼자 쓰는 에어비앤비에서 자가 격리겸 생활하고, 나머지 한달은 쉐어하우스에서 살았다. 그런데 왠일, 옆방에 미국인이 살고 있었고, 또 어쩌다보니 대화 주제가 잘 맞아 친해졌다. 빌리다. 빌리하면 맥주 퍼마시는 덩치큰 아저씨가 생각나는데, 얘는 말라가지고 이름이랑 참 안어울린다. 모음 들어가는 이름이 더 잘 맞을 것 같은데..

 

빌리랑 이야기하면서 정말 가치관이 전혀 반대인 구석도 있었는데, 의외의 공통된 구석이 있었다. 이런 생각은... 일단 주변에서 단 한번도 생각이 일치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는데. 그건 돈을 버는 것은 남의 것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이 타인에게 주는가에 대한 것... 돈은 그것에 대한 매개체이며 에너지다. 라는 것.. 빌리는 그걸 직설적으로 내게 말했다. 이런 사람을 이렇게 만나는 게 우연일까?

 

가정사는 거의 내 경험을 더 극단적으로 만들어놓은 것과 비슷했다. 나름 부유한 집, 하지만 미성숙한 부모, 그것의 거의 극단판. 우연일까? 만난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시, 놔두어라, 신이 알아서 하도록.

 

습관적으로 마영전을 켤 뻔했다. 뭐가 재밌었더라.. 오후 2시 22분이네. 

오늘 해가 흐린데 왜이렇게 눈이 부시지, 그 뭐시기... 뭐였지? 무슨 광선? 자외선? 이 많이 든 햇빛인가? 

 

마켓컬리가 추석 연휴로 5일까지 배달을 중단한다고 한다. 난 뭐먹고 살지? 어쩔 수 없다 밥버거를 시킨다.